[FOLHA DE SÃO PAULO] 김지운 감독, 고뇌하는 영화감독 이야기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찾다
■︎ 미디어: Folha de São Paulo
■︎ 일자: 2025.6.14.
■︎ 기자: Nathalia Durval
■︎ 링크: Com filme sobre cineasta atormentado, Kim Jee-woon resgata paixão pelo cinema
■︎ 내용:
<비공식 번역문>
※ 본 번역은 이해를 돕기 위한 비공식 번역본으로, 원문(포르투갈어)과 내용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본문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막 완성한 영화에 대해 새로운 결말을 꿈꾸며 악몽에 시달린다. 조롱하는 비평가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 작품이 걸작임을 입증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의 일부를 다시 찍기로 결심한다. 그는 배우들과 제작진을 설득해 이틀 안에 모든 장면을 다시 촬영하려 한다. 이 영화 속 이야기는 김지운 감독 본인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도 영화를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항상 그래요.”라고 답했다. “영화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계속 다듬고, 고쳐야 하거든요. ‘왜 이렇게 찍었지?’, ‘다시 찍는다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이틀만 더 있었으면 걸작이 됐을 거야’ 이런 생각이 늘 들어요. 찍을 때마다 어느 정도 후회가 생깁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감독 김지운 – 제공
브라질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지운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올드보이>의 박찬욱감독과 함께 한국의 3대 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이유로 그의 영화는 지난 12일(목) 브라질 개봉에 앞서 큰 기대를 모았다.
팬데믹 기간, 한국의 영화 스튜디오들이 문을 닫았을 때 김 감독 역시 긴 제작 활동의 공백을 겪었다. 그는 그 시기에 불안감에 휩싸였고, 영화라는 매체와 자신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때 ‘영화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영화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까? 아직도 열정이 있는 걸까?’ 점점 확신이 흐려졌죠.”
영화 <거미집>은 이러한 위기의식에 대한 해답으로 탄생했다. “내면에서 다시 그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저 자신을 격려하는 방식이기도 했고, 다른 감독들에게 다시 창작하라는 자극이 되길 바랐습니다.” 이 작품은 2023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기생충>의 수입사였던 판도라 필름스가 이번 브라질 개봉도 맡았다.
김지운 감독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꿨다. 올해로 60세인 그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버지 덕분에 영화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한때는 내가 감독이 되어야 할지, 작가가 되어야 할지, 배우가 되어야 할지 몰랐어요. 하지만 영화에 대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확고했죠.” 30대 초반, 진로에 혼란을 느끼던 그는 가진 돈을 털어 프랑스로 떠났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작품을 몰아보며, 라 시네마테끄 프랑세즈의 어두운 상영실에서 결국 마음을 굳혔다. “감독이 되자.”
그로부터 20년 후, 그는 다시 그곳을 방문해 마스터클래스와 회고전을 열며 자신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을 되돌아보았다. “그때는 무직이었고, 그냥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꿨을 뿐인데… 모든 게 실현된 거였죠.”
<거미집>은 1970년대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영화 안에 또 다른 영화를 담은 ‘메타시네마’ 형식을 취한다. 이 코미디는 군사 정권의 검열에 맞서면서 영화 재촬영이라는 혼란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는다. 감독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결말 장면을 ‘원 테이크’로 찍겠다는 전대미문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인다.
김 감독은 팬데믹과 비견할 만한 한국 영화계의 위기를 찾다가 군사독재 시기를 떠올렸다. “그 시기에는 국가가 영화뿐 아니라 전체 문화를 폭력적으로, 심지어 살인적으로 억압했어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작품 속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낸 선배들이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죠.”
작품 속 좌절한 감독 역할은 <기생충>으로 잘 알려진 송강호 배우가 맡았다. 그는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인 1998년 <조용한 가족>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이병헌 배우(<오징어 게임>) 역시 김 감독의 여러 영화에 출연해 명성을 쌓은 배우다.
김지운 감독은 배우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감독이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는 스릴러, 드라마, 코미디, 액션, 공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어릴 때 서부극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며 각기 다른 재미를 느꼈어요. 그 즐거움을 관객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멜로, 특히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라고 밝혔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는 늘 슬픔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영화들이 대체로 누아르적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의 밝음과 어두움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삶은 항상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죠. 제 영화는 그런 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거미집>은 이전 작품들보다 가벼운 분위기를 띠지만, 김 감독은 국제적으로는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된 공포영화로도 유명하다. 대표작 <악마를 보았다>(2010)는 최민식이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하며 180만 관객을 동원했고, 한국에서 두 차례나 상영 불가 판정을 받은 최초의 영화로 기록됐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좀 후회돼요. 왜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찍었나 싶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 중 하나는 <장화, 홍련>(2003)이다. 요양소에서 퇴원한 자매와 계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색감과 긴 롱테이크를 통해 심리적 공포를 구축하며 장르에 깊이를 더했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함께 한국 영화의 새로운 물결, '웰메이드 영화' 시대를 연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 당시 한국 영화계에 건강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장화, 홍련>은 국내 공포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올드보이>는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평론가이자 아시아필름마켓 전 공동의장인 오동진 평론가는 “김지운 감독은 대중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영화는 쉽게 이해되면서도, 깊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지운 감독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처럼 해외 시장을 겨냥해 미국 배우들과 협업하는 공동 제작을 이어가고 있는 점에 대해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산업 확장을 위한 하나의 방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최근작은 AppleTV+에서 제작한 한국어 SF 시리즈 <Dr.브레인>(2021)이다. 2023년 작고한 이선균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김 감독은 아널드 슈왈제네거의 배우 복귀작 <라스트 스탠드>(2013)를 연출했다.
차기작은 한국과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편혜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다. 이 소설은 셜리 잭슨 어워드를 수상한 최초의 한국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젊은 부부와 시어머니 사이의 긴장된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테오 제임스(<다이버전트>), 정호연(<오징어 게임>), 염혜란(<폭싹 속았수다>) 배우가 출연한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에서 촬영한 직후 생애 첫 브라질 방문을 위해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 초청으로 상파울루를 찾았다. 영화 <밀정>(2016, 관객 750만 명)은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으며, 그는 상영 후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화 <거미집>이 국가 권력의 억압을 다뤘다면,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저항운동을 조명한다. 김 감독은 “두 시대 모두 한국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시기였습니다. 우리가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비추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브라질 방문을 통해 한국의 대표 감독으로서 드물게 현지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