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ELETE] 전선영 감독, “여성 감독에게 늘 같은 영화만 만들라고 합니다”
■︎ 미디어: Omelete
■︎ 일자: 2025.6.15.
■︎ 기자: Caio Coletti
■︎ 링크: Querem que mulheres sempre façam o mesmo filme”, diz diretora sul-coreana
■︎ 내용:
<비공식 번역문>
※ 본 번역은 이해를 돕기 위한 비공식 번역본으로, 원문(포르투갈어)과 내용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본문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전선영 감독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이 업계에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영화 <폭로: 눈을 감은 아이>를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에 출품하며 인터뷰에 응한 감독은 여성 영화인들이 직면한 제약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선영 감독-제공 |
질문: 전선영 감독님, <폭로: 눈을 감은 아이>는 감독님의 첫 장편 영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영화는 감독님께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답변: 첫 번째 시나리오 초안은 10년 전에 썼습니다. 그 이후 제 자신이 변화했고, 그에 따라 시나리오도 여러 버전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핵심은 꾸준히 유지됐습니다. 바로 ‘피해자를 중심에 둔 범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범죄물과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피해자가 단순한 조연으로 등장하거나 이야기 속에서 사라지거나 죽기만 하죠.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살아남는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다시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또 하나의 동기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들이 겪은 폭력의 경험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 속에 그들의 목소리가 녹아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사관 민주가 피해자의 어린 시절 친구여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질문: 감독님께서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팬이라고 하셨습니다. 왜 이 장르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폭로: 눈을 감은 아이>를 만들면서 어떤 작품들에 영향을 받으셨나요?
답변: 네, 저는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합니다. 범죄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있습니다. 히치콕이나 클로드 샤브롤의 고전 작품부터 데이비드 핀처, 드니 빌뇌브 같은 현대 감독들의 작품도 많이 보았고, 특히 <브레이킹 배드>라는 시리즈를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한국의 스릴러 영화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감정이나 사회적 맥락이 저와 더 가까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고, 이 영화들은 한국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실제 사건이나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깊이 와닿았습니다.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은 <폭로: 눈을 감은 아이>에서 오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폭로: 눈을 감은 아이>의 주연 김민하 배우는 브라질에서도 <파친코>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하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고, 그녀가 인선이라는 캐릭터에 어떤 점을 더했나요?
답변: 김민하 배우를 캐스팅한 시점은 <파친코> 시즌 1이 막 끝난 직후였습니다. 그 시리즈에서 그녀의 연기를 보고 “이 배우 누구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강렬한 연기에 매료되었습니다.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가 이전에 맡았던 배역들을 찾아보며 인선이라는 인물과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감정을 끌어내고 싶은지를 정리해 편지로 전달했습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김민하 배우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녀는 인선을 평범한 사람으로 그리고 싶다고 제안했고, 덕분에 인물은 초기 설정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김민하 배우는 내성적이고 조용하게 말하지만 눈빛이 매우 강렬합니다. 저는 그 눈빛의 힘을 무척 좋아했고, 영화 속에도 잘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외형보다는 표정과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좋은 감독이란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그 점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웃음)
질문: 이번 영화제와 같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 영화는 세계적으로 점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감독님의 영화가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최근 몇몇 국제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해외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영화의 에너지와 역동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감정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며, 그 갈등은 곧 드라마의 핵심이 되죠.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산속에 혼자 살면 드라마를 쓸 수 없다.” 갈등을 겪어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영화 속 인선과 민주 역시 다양한 내적·외적 갈등을 겪습니다. 물론 브라질 관객들에게는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나 콘텐츠 제작 문화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물들이 겪는 감정과 갈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 폭력, 정의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 세 가지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니까요.
질문: 감독님은 영화 <딸에 대하여>의 이미랑 감독, <대도시의 사랑법>의 이언희 감독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여성 감독 중 한 명입니다. 한국 영화계는 여성 창작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몇 년간 변화가 있었을까요?
답변: 최근 한국 영화와 TV 산업에서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으며, 젊은 여성 감독의 수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학생의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영화 산업 전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육아와 같은 역할이 강하게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되었다고 해서 그런 요구가 사라지지는 않거든요.
또한 영화 산업은 여전히 여성 감독에게 특정한 ‘스타일’의 작품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은 여성 감독들의 감성이나 미적 감각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깊이나 다양성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우도 있어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질문: <폭로: 눈을 감은 아이>는 여성들이 겪는 폭력과 그에 맞서는 정의 추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님께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나요?
답변: 저는 어떤 교훈을 전달하려는 영화나, 여성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만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이나 아동처럼 취약한 존재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피해자 인터뷰를 읽다 보면, 범죄 자체보다 더 큰 상처는 주변 사람들의 불신이나 외면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언론에 노출되거나 사회적 시선을 받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이 더 아플 수 있습니다.
“고통받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때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주인공이고, 오랜 친구가 경찰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 바람은 브라질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뒤, 그 감정을 소중히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 여운을 곱씹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